• [娱理工作室] <천관사복>에 대해, 감독에게 묻는 네 가지 질문
    번역/웨이보·인터뷰 2021. 11. 20. 21:56

    인터뷰 원문 : https://weibo.com/ttarticle/p/show?id=2309404580957310025815

     

     

     

     <천관사복>의 주가가 폭등했다.

     

     진강문학성 내 즐겨찾기 171만, 종합 리뷰 수 191만에 달하는 이 소설은 애니메이션으로 각색된 뒤에도 흡족한 성적을 거뒀다. 업로드 23일 만에 재생 수 1억 돌파, 즐겨찾기 수 500만 돌파, 더우반(豆瓣) 평점 평균 9.2, 아울러 여러 해외 스트리밍 사이트 업로드까지. 절반 이상에 달하는 분량이 업로드된 지금까지도 매주 업로드 당일마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니, 관중들의 끈끈한 관심도가 엿보인다.

     

     감독 리하오링(李豪凌, 이하 리 감독)에게 <천관사복> 애니메이션 각색이란 한 차례의 거대한 관문이었다. “매일 4시간만 자는 게 이젠 일상이 됐습니다.”  2018년 연말, 리 감독은 <천관사복> 기획 단계에 접어들면서부터 이런 생활을 겪어 왔다. “이게 우리 만화인들의 삶이죠.”

     

     인기는 정점에 올랐지만 후반부까지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다양한 의견이 속출하는 실정이다. 한층 엄격해진 관중들의 요구와 방영 시기에 대한 압력까지, 여러 곳에서 리 감독을 무겁게 재촉한다.

     

     그럼에도 리 감독은 어렵게 시간을 내어 오리공작실(娱理工作室)과 <천관사복> 제작에 관해 인터뷰를 나누고 네티즌들의 다양한 의문에 답해 주었다.

     

     

     

    Q1. 사련은 왜 어리숙한 캐릭터로 표현됐을까?

     

     

     모두가 찬양하는 블록버스터 영화에도 반대 의견은 나오기 마련. 애니메이션 <천관사복> 의 주된 논란 역시 사련에게 집중됐다. —세 번 등선한 신관, 사련은 선락국 태자 시절부터 ‘화관무신’에 이르기까지 눈부신 삶을 자랑했지만, 이후에는 법력이 봉인되어 인간계로 추락하는 고초를 겪게 된다. 원작 팬들이 보는 사련은 무게감을 지닌 캐릭터일 것이다. 온화하고 선하지만, 뼛속에는 나름의 꿋꿋한 의지를 가진.

     

     하지만 애니메이션 속 사련이 과하게 활발하고 무게감이 반감됐다는 게 일부 네티즌들의 의견이다. 원작 캐릭터의 배경을 고려하면 ‘대담하고 자비롭지만 연약하진 않은’ 특징이야말로 세 번 등선을 겪은 사련의 캐릭터에 부합할 것. 그런데 애니메이션 속 사련은 왜 이런 설정이 붙었을까?

     

     리 감독 : 사련이란 캐릭터는 조금 복잡한 면이 있다. 예컨대 초반에는 나라와 백성을 돌보는 데만 일편단심이라든지. 하지만 나는 그가 아주 순수한 사람이라고 본다. 그래서 피부색을 하얗게 설정했다. 마음이 깨끗하고 천하를 포용하는 아량을 겸했으니까. 물론 잠깐 흑화한 과거가 있지만 결국 극복하지 않았나. 그는 서두르는 법이 없고, 침착하며, 항상 나긋하게 미소 짓는다. 사실 그건 많은 것들을 달관한 뒤에 얻어지는 본심 같은 거다.

     

     <천관사복>이란 애니메이션은 일단 하이퍼리얼리즘 작화가 아니다. 사련이라는 인물이 지금 같은 방식으로 묘사된 건 애니메이션 작화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하이퍼리얼리즘을 추구하면 작품의 제작 기간이 2년 이상 늘어날지도 모른다. 하이퍼리얼리즘 스타일은 작화량이 어마어마하다. 적절한 작화 감독을 찾지 못한다면 1기 12화 분량으로만 기본 3~4년이 소요될 것이다.

     

     가끔은 작화가 인물의 무게감이나 성숙도를 결정지을 때도 있다. 하지만 현재 중국 애니메이션의 수준으론 리얼리즘 화풍에 가까운 일본의 수작 애니메이션 같은 작품을 제작할 수 없다. 인재 육성이 너무 부족한 실정이다. 예컨대 작화 감독이라는 직업을 제대로 수행하는 사람은 전국에서 10명도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아직 한참 멀었다. 계속 노력해서 앞길을 모색해야 한다. 

     

     

    Q2. 화성과 사련의 관계는 어떻게 그려지는지?

     

     

     감독의 원작 이해도라면 역시 인물 관계성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천관사복> 작중의 화성과 사련이라는 메인 주인공 사이의 감정을 어떻게 묘사해야 할지, 어느 정도까지 표현해야 할지,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관문이었나?

     

     리 감독 : 난 항상 내 친구에게 이상한 관점으로 <천관사복>을 바라보지 말라고, 작품의 장르만 보고 정의하지 말라고 말한다. 사련과 화성은 군신 관계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신도와 신앙의 대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양검(亮剑)> 작중에서 표현되는 형제애와 비슷하다. 즉, “난 널 믿어, 너의 뒤를 따를게, 널 위해서라면 주저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어” 같은 일종의 얽매인 감정선이다. 이런 본질적인 감정은 정말 귀중하다.

     

     사실 형제애 같은 감정을 심층적으로 묘사하는 게 더 어렵다. 사련과 화성은 신앙과 관련된 감정선으로 엮여 있다. 그런 믿음과 추종은 남자라면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감정이다. 이런 감정이 꼭 사랑이란 법은 없지만, 그래도 아주 뜨겁다고 생각한다.

     

     난 개인적으로 원작 2부 마지막을 좋아한다. 사련이 무너진 천탑을 금신 신상으로 막아내는 장면. 아마 다수가 인정하는 명장면은 아니겠지만, 인물의 내면이 수면으로 드러나는 장면임은 분명하다. 당시 사련의 절망감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그동안 모두가 자신을 믿어도 좋다고 생각해 왔지만, 그 순간만큼은 본인조차 자신을 믿지 못했다. 이 대목을 읽었을 때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화성이 사련의 신상 앞에서 “난 영원히 당신의 가장 충실한 신도입니다.”라고 말하는 장면. 이 단락은 애니메이션에서도 중요 포인트가 될 것이다. 물론 3기에서나 나오겠지만.

     

     사실 과한 대사량으로 두 사람 사이의 감정선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거꾸로 매달린 시체 숲’은 원작에서 아름다운 정취로 표현된다. 하지만 빗속을 걷는 두 사람의 모습을 10개가 넘는 앵글로 찍으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많은 내용을 내포하고 있는 장면이 아니라, 단순히 길만 걷는다면 관중들은 다 보고도 아무런 감상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이 장면에 사련의 과거 스토리를 추가했다. 비가 우산 위로 떨어지며 일종의 분위기가 깔리고, 두 사람이 나란히 걷는다. 길을 걷는 과정에서 화성이 사련의 옛 과거를 바라보며 모든 것을 떠올린다. 이런 방식으로 감성적인 분위기를 많이 끌어냈다.

     

     

    Q3. 각색 방향과 서사 템포는 어떻게 조절했는지?

     

     

     

     줄거리를 어떤 템포로 묘사해야 할까? 어떤 사건의 비중을 높이고 어떤 파트를 빠르게 생략해야 할까? 물론 이 점은 독자들끼리도 의견이 다를 것이다. 더구나 애니메이션 업계는 시나리오 작가가 부족한 실정이니, ‘어떤 템포로 이야기를 풀어갈지’에 관한 문제를 피할 수 없었을 텐데.

     

     리 감독 : <천관사복>은 비교적 스토리 전개가 느리고 ‘참여감’이 크지 않다. 그래서 일본 애니메이션과 달리 내면에 담긴 것들을 과거 회상으로 계속 파헤치며 전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선락국이 멸망한 과거 스토리 역시 전지적 시점과 3인칭 시점으로 묘사한다.

     

     대체적으로 애니메이션에서 3인칭 시점을 사용하면 강렬한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 물론 사련이 결정적인 순간에 떠올리는 과거 장면을——사련이 선락국의 멸망을 직면하면서 겪어야 했던 아픔을——전형적인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 기법으로 묘사했다면 분위기는 충분히 살릴 수 있었겠지만, 관객이 이를 수용하리란 보장은 없다.

     

     1기는 역시 안정적인 방향을 추구했다. 원작 내용과 디테일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살리는 방식으로 큰 조정 없이 제작했다. 1화 마지막 부분도 그렇다. 지금이야 많은 시청자가 좋다고 말해주지만 앞선 인터뷰에서 말했듯 그때는 많이 긴장했다.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지, 일종의 실험 정신으로 끊임없이 탐색했던 것 같다.

     

     <천관사복>은 원작 자체가 초반 전개가 느린 편이라 차마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예를 들어 5화 소달구지 장면. 이 장면을 압축해 버리면 반대의 목소리가 쏟아졌을 거다. 이제 사련 화성도 신혼살림 차릴 차례잖아, 겨우 용기 내서 만났는데 어떻게 스킵할 수가 있어! 하고.

     

     그 밖에 사건을 다루는 내용들. 귀신 신부 문제는 2~3화만에 해결, 4화에서는 상천정의 복잡한 관계를 다룬다. 그리고 화성의 등장은 5~6분 정도로 꽉 채워 제작했다. 말 그대로 대화 몇 마디와 찰나의 만남이 전부이긴 하지만, 시나리오 전개를 따라잡느라 서두르는 대신 시간을 늘려 표현하고 감정선을 살렸다.

     

     원작에 충실한 것이 제1원칙. 배 장군의 과거 스토리처럼 원작자가 묘사하고 싶었지만 보완하지 못했던 장면도 있다. 물론 각색 과정에서 다양한 부분을 일일이 확인한 뒤에 내용을 보완했다.

     

     

    Q4. 퀄리티가 떨어진 이유?

     

     

     <천관사복> 1화 업데이트 당시 많은 시청자가 기막힌 장면에 매료됐다. 러닝타임도 30분으로 만족스러웠고, 1화 마지막 장면은 최고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며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그러나 6화에서 프레임 문제와 작붕이 등장, 캐릭터들도 이전 회차와 그림체가 달라졌다. 심지어 7화에서는 화면이 버벅거리는 퀄리티 하락 문제로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불거졌을까?

     

     리 감독 : <천관사복>은 총 러닝타임이 240분으로 1화와 최종화만 조금 더 긴 30분이다. 우리는 1화 마지막에 ‘거꾸로 매달린 시체 숲’을 넣었지만 사실 원작에서는 3~4장에나 나오는 내용이다. 1화 분량을 늘리고 배명의 과거가 추가되면서 최종 240분, 지금의 11화로 수정한 것이다.

     

     제작 중후반에 접어든 시기가 가장 스트레스였다. 1화 제작만 해도 무려 반년이나 걸렸다. 1화에 많은 감정선을 넣고 여러 가지를 표현하고 싶었지만, 매번 1화 제작 수준에 맞춘다면 11화 분량은 몇 년을 공들여야 하겠는가. 이건 어쩔 수 없는 문제다.

     

     사실 일본 애니메이션도 3화까지는 거의 S클래스를 유지하다가 중후반으로 갈수록 퀄리티가 떨어진다. 여기에 업계 인력 부족 현상까지 겹치면 사소한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도 여러 시도를 아끼지 않았다. 예를 들면 6화에서 사련의 삿갓을 몇 번씩 수정했다든가. 처음엔 면사가 없었다. 면사를 그리려면 손이 많이 간다. 계속 펄럭이는 효과가 워낙 까다로워 애니메이터들이 고생하게 된다. 그래도 결국엔 집요하게 넣어 버렸다. 그래야 신선의 분위기가 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전 무협 영화 등장인물만 해도 그렇다. 펄럭이는 면사 뒤로 아른거리는 모습이 신비롭지 않은가.

     

     물론 시청자들이 이런 설정에 불만을 품을지도 모른다. 이 면사도 엄청난 품과 고민을 들여 설정했지만, 2기에서는 넣을지 말지 고민해 볼 생각이다. 우선 당분간 삿갓은 넣어 두는 걸로.

     

     화성의 은사슬은 일부러 복잡하게 설정했다. 원작 작가의 후기에 그녀가 묘족(苗族)의 은장식을 보고 소수민족의 장신구를 참고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우리도 다양한 자료를 참고해 최대한 복잡하고 화려하게 그리려 노력했다.

     

     화성의 풍성한 머리숱은 순전히 비주얼을 위해 넣었다. 가는 머리카락과 땋은 머리가 섞여야 찰랑거리는 느낌을 살릴 수 있다. 정수리 덥수룩+굵은 머리카락이면 분명 별로일 것이다. 흔히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뉴턴이 뒷목 잡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애니메이션의 미적 감각을 위해선 중력을 거슬러야 할 때도 있다. 안 그럼 상당히 뻘쭘한 장면이 연출될 테니까.

     

     2기는 제작 기간을 좀 더 오래 벌었으면 좋겠다. 귀시장처럼 스케일 큰 장면에 더 공을 들이고 싶은 이유에서다. 한편으론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을 테고.

     

     우리는 <천관사복>의 컷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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